2월의 봄바람이 칼처럼 매섭다는 말이 있다. 어릴적 음력 이월은 바람이 많이 분 것으로 기억되는데 요즘은 기후변화 탓인가 포근한 느낌이다. 지난 주말(3,13)이 음력 2월 초하루였다. 겨울 추위를 이긴 황강변의 수양버들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하여 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이별을 상징하는 “버들”을 배경으로 옛 시인들이 노래한 한시를 몇 수 소개한다.
1. 詠柳(영류, 버드나무의 노래)
賀知章(하지장)
碧玉妆成一樹高(벽옥장성일수고) 푸른 옥처럼 단장한 높다란 나무에
萬條垂下綠絲縧(만조수하녹사조) 가지가지 초록 비단실 늘어 뜨렸네
不知細葉誰裁出(부지세엽수재출) 자그만한 잎새 누가 만들었는지
二月春風似剪刀(이월춘풍사전도) 이월의 봄바람이 가위질 한 것 같구나
작가 하지장(賀知章)은 당나라 초기의 시인이다. 시선 이백을 ‘적선인(謫仙人)’이라 처음 칭한 사람이며, 이백을 현종 임금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竹枝詞(죽지사)
劉禹錫(유우석.772-842)
楊柳靑靑江水平(양류청청강수평) 버들 푸르디 푸르고 강물은 고요한데
聞郞江上唱歌聲(문랑강상창가성) 강위에서 낭군의 노래 소리 들리네
東邊日出西邊雨(동변일출서변우) 동쪽은 해 뜨고 서쪽은 비가 내리는 데
道是無晴却有晴(도시무청각유청) 날씨가 흐리다더니 맑기만 하는구나
중국 당나라 때 유우석(772-842)이라는 시인의 작품으로 당시 남녀의 구별이 뚜렸한 시기에 남편은 기생들과 봄놀이를 하는데 아낙은 가정에서 집을 지키면서 느끼는 원망의 노래이다.
3. 春日偶成(춘일우성, 봄날에 우연히 지음)
정호(程顥. 1032-1085)
雲淡風輕近午天(운담풍경근오천) 구름 엷고 바람 가벼우니 한낮 가까워
傍花隨柳過前川(방화수류과전천) 꽃 찾아 버들숲 따라 앞 냇가를 건너네
時人不識余心樂(시인불식여심락) 사람들은 내 마음 즐거움을 몰라 보고
將謂偸閒學少年(장위투한학소년) 한가함 훔쳐서 소년처럼 논다고 하겠지
명도선생(明道先生)으로 널리 알려진 북송의 대학자이다. 그의 아우 정이(程頤) 즉 이천(伊川) 선생과 더불어 주돈이(周敦頤)에게 배워 ‘이정(二程)’이라 불리며, 주희(朱熹)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4. 城東早春(성동조춘, 동녁의 이른 봄)
楊巨源(양거원)
詩家清景在新春(시가청경재신춘) 시인에게 청신한 풍경은 새봄에 있지
綠柳才黃半未勻(녹류재황반미균) 푸른 버들 이제 겨우 반 남짓 노릇노릇
若待上林花似錦(약대상림화사금) 상림의 꽃들이 아름답게 필때면
出門俱是看花人(출문구시간화인) 외출하면 온통 상춘객들 뿐이로다
당나라 시인으로 자는 경산景山이고 포주蒲州 사람이다. 백거이, 원진, 유우석, 왕건 등과 교유하였다.
5. 送元二使安西(송원이사안서)
王維(왕유)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 위성의 아침 비 가벼운 먼지 적시는데
客舍青青柳色新(객사청청류색신) 객사의 버들가지 푸른색이 새롭다
勸君更盡一杯酒(권군갱진일배주) 그대 권하노니 술 한잔 더하시게나
西出陽關無故人(서출양관무고인) 서쪽 양관 지나면 친구도 없지 않은가
당나라 문인 왕유(王維·699~759)가 안서(安西)로 사신 떠나는 친구 원이(元二)를 전송하며 지은 시다. 이상하게도 친구와 이별할 때면 비가 내린다. 친구는 비를 맞으며 서역으로 떠난다. 가면 술 한 잔 할 친구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술 한 잔 더 권한다.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위성(渭城)은 장안(長安) 북서쪽 지역으로 당시 이 곳까지 전송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며, 이별을 뜻하는 노래로 위성곡(渭城曲) 또는 양관곡(陽關曲)이라고 한다. 이 시로 인해 “버들”이 이별을 상징하게 되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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