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설날은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이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어린시절만 해도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형제자매 등 가족이 함께하는 날이었다. 경향각지의 식솔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께 제사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과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는 것을 의무적인 일로 여겼다. 시대의 변천도 있고 최근의 코로나 사태 등으로 공동체을 위한 가치있는 이런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설날에 웃어른께 세배를 하고 나면 덕담(德談)을 해 주셨다. “건강해라, 부자되라” 는 것이 주였지만 결혼, 승진, 합격 등 자손들의 삶에 대한 목표와 회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이러한 덕담은 묘한 기운이 있다. 그대로 이루어 지는 경우가 많다.
남명 조식 선생은 1501년 신유년(辛酉年) 당시 삼가현 토동(兎洞) “토끼마을”에서 태어나셨다. 올해로 탄신 522주년이 된다. 새해 초 지역의 모 신문사 임원들이 남명 선생의 위패가 봉안된 용암서원 숭도사를 방문하여 단배식을 가진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선생께서 주신 덕담(德談)을 소개 한다.
그대 들이여! “추의구근(推宜究根)하라” 하셨다. 즉 “미루어 보건대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깊게 파고드는 것이 바른 길로 가는 근본이 된다” 라는 뜻이다. 선생의 “원천부(原泉賦=샘물의 노래)”를 소환했다. “미루어 보건대 물은 구덩이를 채운 뒤에 밀어 가듯이, 평소에 덕행을 쌓음이 마땅하니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것을 깊게 연구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에 도달하는 근본이 된다(推洊水於習坎, 宜德行之素積, 究人事之下行, 根天理之上達)”
남명 선생은 유독 “실천유학”을 강조하셨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시골의 필부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공부하고 깊게 연구하여 잘못은 바로 잡고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라는 것이다. 공자가 말씀하신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즉 정명(正名)의 삶을 실천하라는 덕담(德談)으로 이해하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해 진주문화원에서 합천 용암서원으로 답사를 왔는데 그 때 모 선생께서 “용암(龍巖)” 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답을 드리지 못해 부끄러운 적이 있다..
용암서원의 “용암(龍巖)”은 “뇌룡정(雷龍亭)”의 “용(龍)”과 “민암부(民巖賦)”의 “암(巖)”에서 따온 말이라 여겨진다. 남명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고 을묘사직소를 작성한 대표적 유적지가 뇌룡정이다. 또한 “백성은 임금을 추대하지만 나라를 엎어버릴 수 있다” 라며 민본(民本)을 강조한 조선건국 후 민주화의 효시라 일컫는 “민암부”는 선생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이다.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교(狡)”를 “교활하다” 라고 해석하지만 “강건(强健)하다” 라는 뜻도 있다. 새해 계묘년에는 우리 모두 강건(强健)한 토끼가 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 천하흥망필부유책(天下興亡匹夫有責)이라고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삶의 충전 수준을 되돌아 보는 설날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