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성과에 대해 왈가왈부(曰可曰否)하는 여,야의 주장에 대해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안은 "절충안"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일부단체는 굴욕적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옳고 그름은 세월이 지나봐야 판명날 것 같다.
우리 국민은 유독(惟獨)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것은 물론이고 국민적 통합보다 지역간 , 세대간 등 극한 대립적 행위를 표출한다. 특히 불길같은 구호와 현수막, 머리띠 등이 등장했다가 곧 잠잠해 진다. 진정한 극일(克日)의 자세는 커녕 상대방에게 말려드는 느낌마져 든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白戰不殆)”라고 일본을 먼저 알아야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가 일본에 대해 쓴 “국화와 칼” 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뒤 일본과 일본인을 가장 잘 설명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자는 국화는 평화를 상징하며, 칼은 전쟁을 상징하는데, 이를 통해 국화(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칼(전쟁)을 숭상하는 일본인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해부하였다. 일본 사람이 일본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 즉 외부 사람에게는 이해될 수 없고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 사람의 행동 및 성격을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루스 베네딕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6월 미국 국무부로부터 일본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았는데 그는 한 번도 일본을 가보지 않아 도서관의 연구 자료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의존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연구할수록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에 당혹스러워 하던 베네딕트는 바로 그 모순이 민족성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인은 손에는 아름다운 국화를 들고 있지만 허리에는 차가운 칼을 찬 사람이라는 것이다.
동서양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화권은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간에 선(善)과 악(惡)의 대결 구도로 그 사회를 이끌어 간다.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자신에게 알맞는 위치(take one's proper station)"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의무감)이 일본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자신의 신분영역을 넘어서는 것은 금기이다. 왕족의 신분이 아니면 정권을 탈취해도 왕의 신분이 될 수 없다. 그 단적이 예가 막부와 쇼군이다. 일본인은 자신에게 걸맞는 위치를 찾지 못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긴다. 특히 “자신에게 알맞는 위치”을 남들에게 인증(認證)받을 수 있다면 현재까지 추구하던 신념과 가치관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 “자신에게 알맞는 위치(take one's proper station)" 사상을 국제적 외교관계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미국에게 패하기 전까지는 세계최강국의 위치가 일본자신이라고 여기는 만세일계(萬世一系), 팔굉일우(八紘一宇)가 국가기본 이념이었다. 미국에게 항복한 후에는 미국이 세계최강국이라는 것을 깨닫고 순종적 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일본 자신들의 국제적 위치는 최강국인 미국에 이어 2번째 강국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미국에게 만은 오야봉(?) 대하듯 굽신거리는 것은 자신들의 바른 처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미국은 경험적으로 일본 자신들보다 강한 것을 인정하지만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다른나라들은 일본자신들보다 한수 낮은 단계의 국가로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의 1:1 대응관계의 협상외교가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다. 자신들이 미국에게 하는 것처럼 굽신굽신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외교는 명분과 실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민족성이 외교적 신뢰구축을 어렵게 하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일본은 앞으로도 만세일계(萬世一系), 팔굉일우(八紘一宇)라는 국가기본 이념을 유지할 것이다. 자신보다 강한자에게는 굽신굽신 할 것이고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기면 얕잡아 보고 자신들의 뜻대로 국정과 외교를 운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 독도문제 등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으로 극일(克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국민 각자가 자기위치에서 일본을 능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명 조식 선생의 “매사정신(昧死精神)” 즉 목숨을 걸 정도의 굳은 의지로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책도 많이 읽고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소도 세우고 장기적인 대책과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권변동과 관계없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일본을 능가하는 부국강병(富國强兵)만이 유일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