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 갈등의 많은 장면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세상을 흑백논리로 재단하려는 태도다. 내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단정하고, 맥락과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이런 경향은 개인의 성향을 넘어 사회 전반의 문해력 저하와 맞닿아 있다.
문해력(文解力)이 낮아질수록 사고는 짧아지고, 판단은 거칠어진다. 긴 글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한 문장의 자극적인 표현에 분노하거나 열광한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어른들, 특히 기성세대에게서 더 자주 발견된다는 점이다. 정작 젊은 세대에게 “책을 읽어라”, “생각을 깊이 하라”고 말하는 이들 가운데, 자신은 오랫동안 책과 멀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행위가 아니다. 타인의 생각을 끝까지 따라가 보는 훈련이며, 나와 다른 관점을 잠시 빌려 살아보는 경험이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법을 배우고, 하나의 문제에 여러개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흑백논리가 아닌 회색의 영역을 견디는 힘, 그것이 독서가 길러주는 사고력이다.
특히 공직사회의 인재와 지역사회의 어린 영재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회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성적(成績), 언행 등 한번의 실수로 가능성을 묵살해 버리는 문화 속에서는 인재가 양성되지 못한다. 차라리 안목이 부족하다면, 눈과 귀를 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라도 갖춰야 한다. 질문을 던지고, 기다리고, 이해하려는 자세는 책을 읽는 사람에게서 더 자주 발견된다.
미래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시와 훈계가 아니라,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만들어주는 힘은 포용력에서 나오고, 포용력의 바탕에는 읽고 사유하는 습관이 있다. 기성세대가 다시 책을 집어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서를 강조하기 전에 먼저 읽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기 전에, 스스로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세대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가, 내일 아이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지를 결정한다.
새해가 되면 107세 되는 김형석 교수는 “나는 우리 50대 이상의 어른들이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후대에게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시급하다고 믿고 있다. 그것이 우리들 자신의 행복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진입, 유지시키는 애국의 길이라고 확신한다” 며 “ 나이 들어 느끼는 하나의 소원이기도 하다” 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