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읽기 권장 사업 그 서른 한번째로 김진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의 “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 ” 라는 글을 추천한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오래전 일이다. 친구와 함께 문상하려 경기도 화성의 상가집을 찾아 떠났다. 초행길인 데다 장례식장도 아닌 시골 민가를 찾아가는게 만만치 않았다. 운전대를 잡은 친구는 근처에 도달해서 몇 번이고 같은 곳을 헤매기 시작했다. “분명 이 근처인데…”라는 말을 반복하는 친구에게 나는 참다 못해 “그러지 말고 어디 들어가서 물어보자. 저기 구멍가게에 사람이 있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는 “다 왔어 좀 기다려 봐”라며 짜증을 냈다. 결국 20분을 더 헤매고 나서야 구멍가게 주인에게 물어 상가집을 찾을 수 있었다. ‘지역 전문가’인 구멍가게에 물어봤으면 애초에 쉽게 해결됐을 문제를 한참이나 돌아 어렵게 찾은 셈이다. 그 친구야 최선을 다하려 한 것이겠지만 나에게는 현명한 방법을 두고 미련하게 고생한 경우로 기억된다.
“우리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잘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몇 년전 어느 광고주가 한 말이다. 머슴처럼 주어진 일만 꿍꿍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너지 효과를 내어 저비용 고효율적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 훨씬 낫다는 얘기다. 바둑을 즐기는 그분은 바둑을 예를 들며 이야기를 했다. “바둑 9급, 10급 두는 여러 명이 죽는 점과 사는 점을 두고 고민할 때 밤을 새워가며 온갖 경우의 수를 놓고 침을 튀기며 논쟁을 해도 과연 올바른 수를 짚어낼 수 있을까요? 열심히 최선을 다한 건 분명하지만 지나가던 바둑 유단자가 봤다면 몇 초 만에 해결될 일에 불과합니다.” 결국 하수 10명이 고수 한 명을 못 당한다는 얘기다. 특히 한 조직의 지도자나 경영인처럼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생명으로 하는 전문영역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하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삶에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는 뜻으로 유홍준 교수가 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6권의 부제이기도 하다. 옛시인의 시구를 원용한 것으로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고수들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삶의 도처에서 숨은 고수들을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각 분야의 고수가 존재한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우리를 도와줄 전문가들이 주변에 즐비하다. 다만 우리가 그들을 인정하지 않고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화가 피카소가 유명해지자 중년 부인이 찾아와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했다. 피카소는 초상화를 5분 만에 그려줬다. 스스로 자신이 미술 분야의 고수라고 믿었던 그 중년 부인은 성의 없어 보이는 피카소에게 돈을 조금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피카소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초상화를 5분 만에 그리기 위해서 나는 30년 동안 그림을 그려 왔습니다.” 물리적인 시간과 눈에 보이는 노력을 기준으로 삼는 하수의 평가로는 절대 고수를 알아보지 못한다. 자기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만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아집과 독선이라는 콩깍지에 씌어 주변의 고수들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 때로는 지독한 냉소주의로 모든 걸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운, 학벌, 배경이 좋아서 그렇다느니 또는 줄을 잘 타서라느니 온갖 이유를 들어 고수들을 폄하하기 바쁘다. 하지만 고수는 돈, 권력, 명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 경험, 노력의 산물이다. 감동받지 못하는 사람은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듯이 고수를 인정하지 않으면 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은 고수들, 즉 전문지식인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대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며, 발명이 아닌 발견의 시대이다.<출처=경남일보.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