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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읽기 추천하는 글(35) '사회적으로 연결된 사람'이 장수한다

개인의 건강 비결 (1)근육, (2)치아,(3) 사회적 관계

기사입력 2026-07-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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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읽기 권장 사업 그 서른 다섯번째로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 '사회적으로 연결된 사람'이 장수한다 ” 라는 글을 추천한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100세 시대라는 말을 흔히 한다. 하지만 막연히 오래 산다는 게 축복은 아니다. 장수했지만 10년을 누워 지냈다면, 그것은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무거운 시간이 된다. 이제 관심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스스로 걷고, 씹고, 말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일본 오사카대 곤도 가쓰노리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20년 넘게 추적해 온 사회역학자다. 그가 주도한 일본 노년학적 평가 연구(JAGES)1999년 일본 중부 아이치현에서 출발해 전국 24개 현, 고령자 22만명으로 확장된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다. 어떤 이들이, 어느 동네 고령자들이 건강 수명을 누리며 사는지 살펴봤다.

이 연구가 대단한 이유는 의학과 질병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삶을 들여다봤다는 데 있다. 혈압, 혈당, 흡연, 운동 횟수만 따지지 않았다. 친구가 있는지, 동네 모임에 나가는지, 취미가 있는지, 봉사를 하는지, 이웃과 친한지, 치아가 몇 개 남아 있는지, 잘 씹는지, ‘혼밥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물었다. 그리고 나중에 누가 치매에 걸리고, 누가 요양병원으로 가고, 누가 끝까지 독립적으로 사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의외의 답이 나왔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은 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비싼 영양제를 먹은 사람도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연결된 사람이 장수했다. 사람을 만나고, 모임에 나가고, 취미를 갖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유지하는 사람이 오래 건강했다. 스포츠 클럽, 취미 모임, 지역 보건 행사에 많이 참여하는 고령자일수록 노쇠나 기능장애 발생 위험이 낮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모임에 나가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약속을 기억하고, 웃고, 식사를 함께 한다. 운동과 인지활동, 감정 교류가 한꺼번에 이뤄진다. 건강 수명은 병원이 아니라 동네 경로당, 공원, 합창단, 탁구장, 자원봉사 모임, 친구와의 점심 약속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약은 병을 치료하지만, 관계는 사람을 키운다.

그러기에 친구는 최고의 장수약이다. ‘친구를 통칭하여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 이웃과의 신뢰, 공동체 속 역할 등을 의미한다. 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본이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사람, 친구를 거의 만나지 않는 사람은 우울증과 치매뿐 아니라 사망 위험까지 높았다. 반대로 나를 걱정해 줄 사람이 있다고 답한 고령자는 같은 질병을 가지고 있어도 기능 저하가 늦게 나타났다. 결국 사람은 병으로만 늙는 것이 아니라 고립으로도 늙는다

노년학적 평가 연구에서는 구강 건강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치아가 적고, 씹기 어렵고, 입이 마르고, 사레가 잘 드는 고령자는 나중에 기능 장애에 빠질 위험이 높게 나왔다. 치아는 단순히 음식을 씹는 도구가 아니다. 치아가 있어야 고기를 먹고, 채소를 씹고, 단백질을 섭취하고, 근육을 지킨다. 치아가 있어야 발음이 또렷하고, 웃을 수 있고, 사람 앞에 나설 수 있다. 구강 건강이 나빠지면 식사가 무너지고, 영양이 무너지고, 외출이 줄고, 관계가 끊어진다. 결국 입의 노화는 전신 노화 입구다. 구강은 소화기관이 아니라 사회기관인 셈이다.

의학은 평균 수명을 크게 늘렸지만, 건강 수명 연장은 의학 혼자 만들 수 없다. 사회가 깔아주고, 마을이 펼치고, 개인이 일상 삶에서 실행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걸어 나갈 수 있는 동네, 갈 곳과 모일 곳이 많은 마을, 만날 사람이 있는 생활권, 구강 관리가 촘촘한 보건 체계가 있어야 한다. 은퇴 후에도 사회 공헌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자리와 봉사 문화도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순간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건강 수명은 그런 일상의 부산물이다.

개인은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근육을 지켜야 한다. 매일 보폭을 늘려 걷고, 계단을 오르고, 가벼운 아령을 들어야 한다. 둘째, 입을 지켜야 한다. 치아를 남기고, 씹는 힘을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치과를 가야 한다. 셋째, 관계를 지켜야 한다. 친구를 만나고, 모임에 나가고, 혼자 밥 먹는 날을 줄여야 한다.

사회는 더 큰 준비가 필요하다. 고령자 복지는 병원과 요양 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요양이 필요해지기 전에 막는 구조여야 한다. 걷기 좋은 길, 운동 모임, 취미 교실, 식사 모임, 구강 관리 프로그램, 방문형 예방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고령 사회의 정점으로 가파르게 들어서고 있다. 고령자가 계속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체가 건강 수명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진정한 장수 사회는 장수 어르신이 많은 사회가 아니라. 90세에도 잘 걷고, 씹고, 말하고, 웃고,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사람이 많은 사회다.

의학이 생명을 연장하고, 사회는 건강한 삶을 연장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좋은 병원만 바라보지 말고 사람 속으로 들어가자. 개인적으로는 정기 건강검진으로 암으로 인한 조기 사망을 피하고, 사회적으로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어울리자. 건강 수명은 혼자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연결되어 있는 사람에게 온다. 일본 노년 연구가 말한다. 같이 잘살아야 나도 건강하다고.<출처=조선일보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생로병사‘. 2026/0708)

 

김용정 기자 (hcinew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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